📝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지난달, 퇴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특별히 슬픈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피곤했고,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숨이 막혔던 것 같습니다. 마스크 안쪽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아, 나 지금 많이 지쳐있구나’ 하고 처음으로 인정했어요.
올해로 직장생활 5년차입니다. 신입 때처럼 모든 게 낯설고 떨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10년차 선배들처럼 여유롭지도 않은. 뭔가 어중간한 위치에서 매일 허덕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 초부터 제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방법들, 책에서 읽은 방법들,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 닥치는 대로 해봤습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까, 남들한테 좋은 게 저한테는 전혀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6개월간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정답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38세, 5년차 직장인인 제가 직접 해보고 느낀 것들입니다.
🌿 직접 해보니 달랐던 것들
첫 번째 시도: 새벽 러닝
사실 저도 처음엔 운동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갓생 사는 직장인들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한강 뛰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한테는 안 맞았습니다.
알람 소리에 억지로 일어나면 하루 종일 더 피곤했어요. 뛰는 동안에도 ‘아 이 시간에 30분만 더 잤으면’ 이 생각뿐이었고요. 3주 정도 해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마지막으로 뛴 날 아침에 회사에서 졸다가 팀장님한테 걸렸던 것 같아요. 그날 이후로 러닝화는 신발장 구석에 처박혀 있습니다.
두 번째 시도: 명상 앱
유료 결제까지 했습니다. 한 달에 만 원 정도였나. 정확하진 않지만 꽤 비쌌던 기억이 나요.
처음 며칠은 좋았어요. 잔잔한 음악 틀어놓고 눈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문제는, 저는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지는 타입이었다는 거예요. 눈 감고 있으면 오늘 보고서 수정해야 하는데, 내일 미팅 자료 준비했나,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폭포처럼 쏟아졌습니다.
명상의 목적이 그런 생각들을 흘려보내는 거라는 건 알아요. 근데 저는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오히려 명상하는 시간이 스트레스였어요.
세 번째 시도: 퇴근 후 넷플릭스 몰아보기
이건 솔직히 말하면 ‘시도’라기보다는 그냥 습관처럼 하던 거였습니다. 퇴근하면 씻고, 침대에 누워서 뭐라도 틀어놓고. 정신 차리면 새벽 1시, 2시.
재미는 있었어요. 근데 다음 날 컨디션은 항상 바닥이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허무했어요. 드라마 한 시즌 다 보고 나면 ‘아 재밌었다’ 보다는 ‘나 방금 5시간 동안 뭐 했지’ 하는 자괴감이 더 컸습니다.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그냥 회피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 드디어 찾은 나만의 방법들
이것저것 해보다가 결국 저한테 맞는 걸 찾았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에요. 누가 보면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근데 저한텐 진짜 효과가 있었습니다.
1. 퇴근길 한 정거장 먼저 내리기 🚶♀️
운동은 저한테 안 맞았지만, 걷는 건 괜찮더라고요. 특히 퇴근길에.
원래 내리던 역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갑니다. 이어폰 끼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요. 아무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걸으면서 스치는 생각들을 내버려 둬요.
신기한 게, 걸으면서 하는 생각은 누워서 하는 생각이랑 느낌이 달랐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하는 걱정은 점점 커지는데, 걸으면서 하는 걱정은 어느 순간 흩어져요. 뭔가 발걸음이랑 같이 생각도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랄까. 정확하진 않지만, 몸이 움직이니까 생각도 멈춰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일부러 예쁜 골목길로 돌아가기도 해요. 지난주에는 처음 보는 작은 꽃집을 발견했는데, 거기서 5천 원짜리 작은 화분 하나 샀습니다. 지금 제 책상 위에 있어요.
2. 일요일 오전의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 ☕
저는 원래 주말에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밀린 집안일, 다음 주 준비, 자기계발. 쉬는 날인데 쉬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오전 내내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커피만 마신 적이 있어요. 원래는 죄책감이 들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 이후로 일요일 오전만큼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으로 정해뒀어요.
알람도 안 맞추고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만 해요. 창밖 보고 싶으면 보고, 유튜브 보고 싶으면 보고, 그냥 또 자고 싶으면 자고. 아무런 계획 없이요.
처음엔 이게 진짜 도움이 되나 싶었습니다. 근데 몇 주 하다 보니까 월요일 출근할 때 느낌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병이 시작됐는데, 요즘은 그 정도가 훨씬 덜합니다.
3. ‘잘한 일 3가지’ 적기 📒
이건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근데 해보니까 저한테 잘 맞았습니다.
자기 전에 그날 제가 잘한 일 3가지를 적어요. 거창한 거 아니어도 돼요. ‘오늘 아침에 물 두 잔 마심’, ‘짜증나는 메일에 답장 안 하고 참음’, ‘퇴근하고 편의점 야식 안 사고 바로 집에 옴’. 이 정도도 충분합니다.
처음엔 3가지 채우는 것도 어려웠어요.
나 오늘 뭐 잘한 게 있나? 하루 종일 실수만 한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근데 억지로라도 찾다 보면 있어요. 진짜 작은 거라도.
이걸 두 달 정도 했더니 신기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낮에도 무의식적으로 ‘이거 오늘 잘한 일 리스트에 넣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날 하루가 조금은 긍정적으로 느껴졌어요.
4. 월 1회 혼자 영화관 가기 🎬
혼영은 예전부터 가끔 했는데, 올해부터는 일부러 월 1회 이상 가려고 합니다.
굳이 혼자인 이유가 있어요. 친구랑 가면 영화 끝나고 밥 먹으면서 영화 얘기하고, 다른 얘기하고, 그것도 좋긴 한데 뭔가 온전히 저만의 시간은 아니거든요.
혼자 가면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영화관 나와서 근처 카페에서 혼자 앉아서 방금 본 영화 생각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아무한테도 제 감상을 말 안 해도 되고, 그냥 저 혼자 곱씹으면 돼요. 그 시간이 되게 고요하고 좋아요.
지난달에는 평일 저녁에 혼자 조조 영화 보고 왔는데, 관객이 저 포함 3명이었습니다. 거의 전세 낸 기분이었어요.
✨ 좋았던 점
가장 좋았던 건, 제가 절 더 잘 알게 됐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무작정 따라 했습니다. 새벽 운동, 명상, 독서… 다 좋은 거잖아요. 근데 저한테 안 맞으면 의미가 없더라고요.
6개월간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에요.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면 하루 종일 망합니다.
- 저는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져요. 적당히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입니다.
-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해요. 그게 없으면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 저는 작은 성취감에 약해요. 거창한 목표보다 소소한 성공이 더 힘이 됩니다.
이걸 알고 나니까 스트레스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내가 뭘 하면 회복되는지 알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죄책감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남들처럼 부지런하지 못한 제가 부끄러웠어요. 새벽 운동 작심삼일 하고, 명상도 포기하고. 그런 저를 계속 탓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안 맞는 게 있으면 그냥 ‘나한텐 안 맞네’ 하고 넘깁니다. 그게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 솔직히 아쉬웠던 점
다 좋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첫째, 시간이 꽤 걸렸어요.
저한테 맞는 방법을 찾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돈도 썼고, 시간도 썼고, 실패할 때마다 자책도 했어요. 누군가한테는 한 달 만에 찾은 방법이 저한테는 3개월이 걸리기도 했고요. 정답을 빨리 알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결국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둘째, 바쁠 때는 이것마저 스트레스가 됩니다.
프로젝트 마감이나 야근이 계속될 때는 퇴근길에 한 정거장 걷는 것도, 일요일 오전에 쉬는 것도 힘들어요.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고, 주말에는 밀린 잠부터 자고 싶거든요. 그럴 때는 억지로 안 합니다. 근데 그러면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약간 악순환이 되기도 해요.
셋째,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제가 찾은 방법들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거지, ‘없애는’ 게 아니에요.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업무량, 인간관계, 조직문화 같은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저는 그냥 그걸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좀 슬프기도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퇴근길에 걷는 거, 여름이나 겨울에도 해요?
솔직히 말하면, 날씨 안 좋을 때는 잘 안 하게 됩니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걷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잖아요. 그럴 때는 대신 회사 근처 카페에서 10분이라도 혼자 앉아 있다 가요. 중요한 건 ‘걷는 것’ 자체가 아니라 ‘퇴근 후 나만의 전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Q. 잘한 일 3가지 적는 거, 뭘로 적어요?
저는 그냥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요. 예쁜 다이어리 사서 해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예쁘게 적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장 편한 방법으로 합니다. 메모장 열고, 날짜 쓰고, 3줄 적고 끝. 1분도 안 걸려요.
Q. 이 방법들, 효과가 바로 느껴져요?
저는 안 그랬어요. 한 달 정도 꾸준히 하니까 ‘어, 뭔가 다른데?’ 하는 느낌이 슬슬 들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게 맞나?’ 하면서 반신반의했어요. 조급해하지 말고, 일단 3주만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쓰면서 지난 6개월을 돌아봤습니다.
지하철에서 울던 그날의 저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거든요.
지금도 스트레스는 있습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근데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저한테 필요한 게 뭔지 안다는 거예요. 오늘 너무 힘들면 ‘아 내일은 퇴근길에 좀 걸어야겠다’, ‘이번 주말에는 꼭 영화관 가야지’ 이런 식으로요. 작은 회복 버튼들이 생긴 느낌입니다.
이 글이 저처럼 지쳐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직장생활 3년~7년차 사이라면, 그리고 뭔가 열심히 하는데 계속 지치기만 한다면, 남들 방법 말고 나한테 맞는 걸 찾아보시길 추천드려요.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어요. 실패도 할 거예요. 근데 결국 내 몸과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잖아요.
오늘도 퇴근길, 조금만 천천히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