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혼자 떠나는 근교 기차 여행

🚂 토요일 오전, 혼자 기차를 타고 싶어졌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별거 아닙니다. 지난달 금요일 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38년 살면서 이렇게 지친 적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근데 막상 토요일 아침이 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냥 누워있자니 아깝고, 친구 만나자니 에너지가 없고.

그래서 문득 생각났습니다. 기차 타고 어디 가볼까?

제 기억이 맞다면 마지막으로 기차 여행한 게 3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KTX 타고 부산 갔었는데, 이번엔 뭔가 다른 느낌으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느긋하게 창밖을 보며 가는 그런 여행이요. 그래서 무궁화호와 ITX-청춘, 이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게 됐습니다. 둘 다 근교 당일치기에 적합하다고 하는데, 직접 타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 A. 무궁화호 — 느림의 낭만이 있는 기차

먼저 무궁화호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해서 양평까지 갔습니다. 토요일 오전 7시 50분 열차였는데, 사실 저도 처음엔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근데 의외로 설레서 알람 전에 눈이 떠지더라고요.

무궁화호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속도입니다. 느립니다. 정말 느려요. 청량리에서 양평까지 약 5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창밖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시간이 생깁니다
  • 작은 간이역마다 서는 맛이 있습니다
  • 요금이 저렴합니다 (양평까지 4,000원대였던 것 같아요, 정확하진 않지만)
  • 좌석이 넓진 않지만 혼자라면 충분합니다

제가 탄 칸에는 저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이어폰 끼고 음악 듣는 분, 책 읽는 분, 그냥 멍하니 밖을 보는 분. 그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아무도 서로에게 관심 없는데, 묘하게 연대감 같은 게 느껴졌달까요.

근데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좌석이 오래됐습니다. 쿠션이 많이 눌려서 장시간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좀 아팠어요. 그리고 에어컨 바람이 일정하지 않아서 어떤 칸은 춥고 어떤 칸은 더웠습니다. 저는 운 좋게 적당한 칸에 탔는데, 옆 칸에서 넘어오신 분이 “거긴 왜 이렇게 추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 B. ITX-청춘 — 빠르고 쾌적한 근교 여행

그 다음 주 토요일에는 ITX-청춘을 타봤습니다. 이번엔 가평까지 갔어요. 같은 청량리역 출발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단 열차 자체가 깔끔합니다.

좌석도 넓고, 쿠션도 탄탄하고, 창문도 넓어서 시야가 확 트이더라고요.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가평까지 체감상 40분 정도? 무궁화호보다 확실히 시간이 절약됐습니다.

  • 좌석이 넓고 깨끗합니다
  • 2층 좌석이 있어서 전망이 특별합니다
  • 콘센트가 있어서 핸드폰 충전이 가능합니다
  • 화장실도 깔끔한 편입니다

저는 2층 창가 자리를 예매했는데, 이건 정말 강추합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북한강 풍경이 장난 아니었어요. 마치 드라마 속 장면 같았습니다. 사진도 엄청 찍었는데, 다 잘 나왔어요.

근데 ITX-청춘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요금이 무궁화호보다 확실히 비쌉니다. 가평까지 7,000원대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열차가 빠르다 보니까 창밖 풍경을 음미할 시간이 좀 부족했습니다. 아, 벌써 지나갔네? 하는 느낌이랄까요. 느긋하게 멍 때리고 싶은 분한테는 오히려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에는 사람이 꽤 많아서 2층 좌석은 일찍 예매 안 하면 자리가 없더라고요.

✨ 직접 타보고 느낀 진짜 차이점

두 열차를 모두 타보고 나니까,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무궁화호는 여행 자체가 목적인 기차입니다. 도착지보다 가는 과정을 즐기는 느낌이에요. 천천히 달리는 기차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보거나. 그런 시간이 필요한 날에 딱이었습니다.

ITX-청춘은 목적지가 중요한 기차입니다. 가평이나 춘천에서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 좋았습니다. 쾌적하게 도착해서 에너지를 아껴두는 느낌이랄까요.

재밌는 건, 저는 처음에 ITX-청춘이 무조건 좋을 줄 알았습니다.

빠르고 깨끗하니까요. 근데 막상 타보니까 무궁화호에서 느꼈던 그 묘한 감성이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오래된 좌석, 덜컹거리는 소리, 작은 간이역에서 멈추는 시간. 그게 의외로 위로가 됐습니다. 직장에서 매일 효율과 속도만 강조당하는 삶을 살다 보니, 일부러 느린 걸 선택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졌달까요.

🎯 이런 분께는 무궁화호를 추천합니다

만약 요즘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 정리가 필요하거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고 싶은 토요일 아침이라면 — 무궁화호를 타세요.

도착지에서 뭘 할지 계획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냥 타고 가다가 예쁜 역에서 내려서 걸어도 되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도 됩니다. 요금도 부담 없으니까 실패해도 괜찮아요.

특히 혼자 여행이 처음이라 긴장되는 분께 추천합니다. 무궁화호는 뭔가 천천히 혼자만의 시간에 적응할 여유를 주거든요.

🎯 이런 분께는 ITX-청춘을 추천합니다

반면에, 가평 레일바이크를 타고 싶다거나, 춘천 닭갈비를 먹고 오후에 뭔가 더 하고 싶다거나,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분이라면 ITX-청춘이 맞습니다.

이동 시간을 줄이면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요. 2층 좌석에서 사진 찍는 재미도 있고, 쾌적하게 도착하니까 피로도도 덜합니다. 다만 토요일 오전은 인기가 많으니까 최소 3일 전에는 예매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 마무리하며

요즘 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토요일 오전에 혼자 기차를 탑니다. 그게 무궁화호일 때도 있고 ITX-청춘일 때도 있어요. 그날 기분에 따라 다릅니다.

빠르게 어딘가 도착하고 싶은 날이 있고, 그냥 느리게 흘러가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요.

38년 살면서 깨달은 건, 여행에 정답은 없다는 것 같습니다. 비싼 게 좋은 것도 아니고, 느린 게 나쁜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내 마음이 뭘 원하는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주 토요일, 혹시 아무 계획 없으시다면 기차 한번 타보시는 건 어떨까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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